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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 중편소설연재] 왼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제3편)
시인/발행인 가재모  |  jaemokah@da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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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0  15: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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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 중편시리즈] 외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제3편)

가재모

[제3편]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은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유엔 정신에 입각한 단순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서의 명분적 파병이 아니라 실제로는 참혹한 전쟁터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가서 생사를 달리했다.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은 수많은 전사자와 부상자가 속출하여 큰 희생을 치렀다.

또한 미군이 뿌린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참전 군인이 속출했다.

베트남 전황의 변곡점은 1968년 1월 31일 북 베트남 공산정권이 지원하는 ‘남 베트남 민족해방전선’, 즉 베트콩이 구정 축제를 기점으로 사이공 등 전국 대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미국의 주요시설을 공격하는 소위 구정 대공세 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전쟁상황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남 베트남은 베트콩의 총공세에 큰 타격을 입어 전쟁이 패배할 것이라는 심리적 위축감이 팽배하게 되었다.

이후 반전 여론이 고조되어 존슨 미 대통령이 1968년 11월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하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 중단을 내세운 닉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약 55만 명에 이르는 지상군을 파병했고1968년까지 북 베트남에 약 1백만 톤에 이르는 폭탄을 퍼부었다.

그러나 정글 등 현지 지형에 익숙한 베트콩의 끈질긴 공세에 시달리며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했다.

미국은 결국 1969년부터 미군을 서서히 베트남 전선에서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1970년에는  베트남전쟁이 서서히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때였다.

1970년 한국 상황은 박정희 정부의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기간인 1968년 2월에 착공했던 경부고속도로를  7월에 완공하는 등 베트남 특수와  조국 근대화로 빠르게 변모해가고 있었다.

1970년 4월22일 박정희 대통령이 근면, 자조, 자립 정신을 바탕으로 농촌재건운동인 새마을 가꾸기 운동을 제창했고 태안 고향에도 새마을 사업이 시작되었다.

최승현은 어머니를 따라 인근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최승현이 교회에 나타나자 전후 사정을 잘 알고 계신 담임목사님이 예배 전에 자기 방으로 그를 불렀다.

담임목사는 거두절미하고 승현을 얼싸 앉고 등을 두드렸다.

다음 주일부터 자랑스러운 무공훈장을 앞자락에 달고 오라고 했다.

이어서 “나라가 불러서 젊은 대한의 남아가 베트콩과 대적해서 용감무쌍하게 싸우다가 불의의 수류탄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으면 하나님 은혜에  감사할 일이다.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도 허다한데 조금 다치고 부러지고 잘리고 부상당한 것 병가지 상사다.  그건 불구가 아니라 무공훈장이고 잘린 손가락 두개,  발가락 두개의 희생으로  소중한 자네 목숨과 바꿨다고 생각하시게. “

나아가 “신체적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다만 불편할 따름이고 스스로가 극복하고 넘어야 할 언덕이다. 권사 어머니를 생각해서 하나님이 자네 옆에 항상 임재해 계시고 동행함을 잊지 말고… 오늘부터 기도하면서 정면돌파로 꿋꿋하게 살아가라.”고 신신 당부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극구 사양함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이 쓰시면 타자기와 새로 사오신 성경책을 기념으로 주셨다.

그 후 최승현은 오지랖이 넓으신 어머니의 주선으로 친정 사촌 동생이 교장으로 있는 태안중학교에서 정교사가 부임할 때까지 임시로 영어 교사를 맡게 되었다.

영어교사가 고향인 대전으로 전근을 가는 바람에 공석이 돼서 음악교사가 임시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어 한다며 승현이에게 당분간  임시 영어교사를 맡긴 것이다.

학생들은 손가락이 문제가 아니라 헌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이며 영어 발음이 본토 발음에 가깝고 베트남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젊은 최승현  선생의 무용담에 매료되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베트남 청룡 대대 작전과 사수 때의 기개를 회복하기에는 아직은 일천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다소간 심리적 복원력이 작동되고 있는 게 신기했다.

몇 주가 지나갔다.

오전 수업이 있어서 그날은 교무실에 들렸더니 새로 부임한 이효주 국어 교사가 인사를 청했다.

언뜻 어디서 듣던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두 눈이 마주치면서 서로가 남녀공학 이었기 때문에 같은 반은 아녔지만 태안 중학교 동기 동창인 것을 인지했다.

반가운 마음에 이효주 선생이 먼저 최승현의 왼손을 쥐었다가 소스치게 놀래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런데 이효주는 그날 엉겁결에 만져본 끝이 뭉퉁한 최승현의 왼손 감촉이 처음에는 섬찟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한구석에 여성의 원초적인 모성애 심리가   싹트고 있었다.

기회를 만들어 다시 만나서 의도적으로 조심하고 기피할 것이 아니라 양손으로 최승호의 왼손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고 장한 무공훈장이라고 위로 해주고 싶었다.

중학교 시절에 둘 다 모범생에 공부를 잘해서 같은 학년에서 1등과2등을 서로 다퉜던 사이였고 또 이효주 선생이 적극성을 보이면서 둘은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최승현은 이효주선생이 자기에게 가까이 정겹게 다가오자 서서히 고민이 생겼다.

자기 애를 임신한 베트남 투하를 의식하면서 이효주에게 일정한 마음의 경계선을 그어 놓았고 진도가 더 깊이 나가기 전에 언젠가는 툭 털어 놓고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기로 결심을 했다.

공교롭게도 최승현은 이효주에게 마음 문을 활짝 열어 놓지 못하고 짧은 만남만을 허용하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오붓한 둘만의 만남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효주는 자존심도 상하고 이따금 복도에서 마주치니 눈에 거슬리고 신경이 쓰여서 최승현에게 학교에서 좀 떨어진 다방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효주는 먼저 자기 신상 이야기부터 떨어 놓았다.

공주 교대 졸업하자 마자 연애하다가 상대도 대학을 졸업한 청년과 연애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 애인이 영장이 나와서 애인이 논산훈련소로 입대하게 되었고 포천으로  자대 배치가 끝나서 면회 한번 갈려고 계획 중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베트남 백마부대로 교대 병력으로 지원하겠다고 해서 극구 만류했는데도 황소 고집을 부리며 떠나버리는 바람에 그만 절교 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로 인해 이효주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이효주는 먼저  애인과 헤어진 이후에  1년 가까이 다른 남자의 접촉을 피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고향에서 중학교 동기 동창을 만나게 되었고 베트남전에서 수류탄 침공을 받아 죽을 뻔 했다가 용케 살아 돌아왔고 승호의 왼손을 무심결에 만져본 다음에 자기가 승현이 옆을 지켜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최승현은 갑자기 마음의 부담이 느껴졌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투하와 얼키고 설킨 이야기와 현재  자기 애기를 임신 중이라는 말까지 속 시원히  털어놨다.

이효주는 최승현에게 베트남 전쟁터에서 하룻밤 풋사랑이 아니라 베트남 애인이 임신까지 하도록 진정으로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여자는 뱃속의 아기를 낙태시키지 않고 낳도록 부모한테   허락을 받았는지 여부를 물었다.

나가서 이효주는 승호가 베트남 애인과 양가 부부의 허락을 다 받아서 여러 가지 난관을 무릅쓰고 국제 결혼을 올릴 결심이 확고하게 섰는지를 꼬치 꼬치 물었다.

결국 두 사람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패를 뒤집어 다 까놓고는 다방을 나와 헤어졌다.

그런 일이 있고 몇 일 뒤 최승현은 서먹서먹한  기분으로 이효주를 학교에서 만났다.

그런데  최승현은 이효주를 복도에서 만나서  교무실까지 가도록 그녀의 명랑한 종전 표정이나  자기를 대하는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는 짐짓 겁부터 났다.

<다음 제4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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