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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의 중편소설 시리즈] 왼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 (제2편)
시인/발행인 가재모  |  jaemoka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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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8  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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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 연재 중편소설] 왼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 [제2편]
가재모
[제2편]
고향 땅 태안에 돌아온 최승현은 베트남전 상이 용사들이 겪는 이른 바 병리현상, 전문용어로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최승현은 중학교 때부터 객지에서 공부했고 방학 때 고향 집으로 돌아와 있으면 어머니께서 손수 지어주시는 집의 밥 먹고 집에서 키우시는 소, 돼지와 닭들 돌봐주는 쏠쏠한 재미를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전쟁터에서 손가락과 발가락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외상이 상대의 눈에 쉽게 띄는 가시적 상이 용사가 되어서 귀가 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자기를 경계하고 차별하는 것 같은 선입관이 앞서고 생경하게만 보였다.
최승현은 처음 일주이간은 우선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또한 그 누구의 동정과 위로의 말들이 자기의 허물어진 심리치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문불출했다.
졸지에 당한 사고로 불구가 된 자신이기에 처음에는 잠결에 지나가는 악몽이기를 바랬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세월은 역 주행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 어머니 때문에 대담하게 극복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러나 사람이라서 순간 무의식적으로 내려다 보게 되고 만져진 부위가 섬뜩하게 그 뭉퉁한 촉감이 느껴질 때마다 좌절감과 열등의식이 염습해 오는 것이 견디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최승현의 부친은 원래 근엄하시고 무툭툭 하셨지만 모친은 원래가 잔정이 많으시고 눈물이 많으셨다.
최승현은 자신이 생각해도 어려서는 몸이 약해서 초등학교 입학하기 직전까지 안심이 안되셨는지 모친께서 웬만하면 아들인 자기를 데리고 다니셨다.
또한 교회 권사이시기 때문에 목사님을 비롯한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이 나눠주고 베풀기를 좋아하셨다.
그렇지만 모친이 아들인 자기 자신에게 베풀어 주셨던 사랑은 참으로 각별했다.
그래서 최승현은 작심을 하고 우선 잘려진 왼손과 발가락을 만지거나 의식적으로 눈 여겨 보지 않기로 했다.
자기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불효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기로 했다.
전쟁터에서 그토록 정신 없이 흘러가던 세월이 시골 방에 온갖 망상에 빠져 지내고 보니 세월은 거북이 걸음보다 너 더디게 지나갔다.
달포가 지나가던 어느 날 베트남 청룡 1대대 작전장교와 정훈장교의 편지가 태안 고향집으로 배달되었다.
작전장교 편지에는 안부를 물었고 제대한 다음 반드시 신세를 갚겠다고 했다.
한편 정훈장교는 베트남 투하의 소식을 자세히 적어 보냈다.
투하는 임신4개월이 되었고 태아의 건강은 좋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 친정 아버지는 한국에 부상당해서 이미 귀국한 애 아비와 상의해서 애 어미와 자녀 양육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받기 전에는 절대 믿을 수 없으니 가능한 낙태를 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정 어머니는 귀한 생명인데 당사자인 딸이 죽어도 낳겠다고 하니 딸이 애 낳으면 자기가 키워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래서 최승현은 자기 어머니께 일단 베트남에 있을 때 베트남 초등학교 교사와 사랑해서 임신이 되었고 애인이 뱃속에 있는 아기는 자기가 죽어도 낳겠다고 한사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최승현이 어머니는 권사이기 때문에 일언지하에 각서 써서 보내고 투하에게 몸조심하고 애를 꼭 낳으라는 전갈을 보내라고 하셨다.
이제 가시적인 희망의 끈 나팔이 손안에 들어 온 것이다.
이세상에서 자기가 세상의 세파와 억세게 싸워서 버티며 살아가야 할 이유와 미래 삶의 목적과 해답이 양손에 쥐어진 것이다..
다음주 부터 자기 어머니가 다니시는 교회에 나기로 결심했다.
그날 저녁에 최승현 어머니는 태안 5일 장날에 작심하고 아들이 먹고 힘내라고 까치독사 한 마리를 사오셔서 뱀탕을 끓여 오셨다.
두말 없이 뱀탕 한 사발을 받아 들고 후다닥 깨끗하게 비웠다.
이제 비관하거나 좌절감과 열등의식을 자기 어머니 앞에서 과감히 버리고 이를 악물고 힘내서 일어나 앞길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기로 결심을 했다.
문득 초등학교 6학년 어릴 적 친구와 독사를 잡다가 독사에 물려서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나서 결국 독사 탕 먹고 효험을 봤던 옛추억이 생각났다.
최승현 아버지는 어느 날 함께 농사일을 도와주시는 아저씨가 부실하게 세워놓은 비료 지게 옆에 앉아 계시다가 그만 지게가 쓸어지는 바람에 비료 부대가 쏟아지면서 오른쪽 능막을 감싸고 있는 뼈를 다쳤다.
그 사고로 인하여 최승현 아버지는 결국 늑막염을 앓게 되고 서산 병원에서 수술을 하시고 힘든 농사 일을 잠시 쉬게 되었다.
그때 최승현은 자기 아버지가 독사 탕을 먹으면 회복이 빨라질 것인데 독사를 잡을 수 없다고 하셨다.
어느 날 최승현이 동네 친구에게 독사 이야기를 하니 친구 아버지가 한 달 전 독사를 뒷산에서 잡아가지고 탕을 해서 드셨다고 귀 뜸을 했다.
그래서 최승현은 그 친구 아버지가 잡으셨다는 산 근처에서 친구와 같이 일요일이나 방과후에 뱀 사냥을 가기로 했다..
우선 뱀을 담을 호리병, 장갑, 헝겊, 장화와 막대기를 준비하고 다녔다.
첫째 준 일반 뱀을 여러 마리를 봤으나 독사는 찾기가 어려웠다.
둘째 주 토요일 드디어 친구가 독사를 발견했다. 까치독사였다.
최승현이 친구가 장화발로 밝고 있고 승현이가 작대기로 머리 부위를 누르고 있다가 손으로 머리를 잡는 순간 까치독사가 용트림을 하다가 그만 승현이 오른팔을 물어버렸다.
반사적으로 물린 오른팔이 아프고 피가 흘렀다.
그러나 승현이는 집요하게 왼손을 재빨리 뻗어서 독사 머리를 잡아채고는 친구와 함께 주둥이가 큰 호리병으로 넣고 마개까지 막았다.
피가 계속 흐르고 독이 퍼지니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친구가 준비했던 긴 헝겊 끈으로 급히 묶어서 지혈을 시키고 독사를 잡았다는 장한 생각에 집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높지 않은 언덕을 다 내려오고 동네 입구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최승현은 점차 힘이 쪽 빠지고 눈도 침침해지고 숨도 가빠지고 통증이 심해졌다.
승현이는 그만 걸음거리가 맥이 빠지자 길가에 주저앉고 말았다.
친구가 승현네 집으로 급히 뛰어가서 승현이 아버지가 자전거를 같이 타고 왔다.
독사 중독인 상황을 파악한 승현 아버지가 자전거에 승호를 태우고 태안 제중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제중병원 의사는 최승현 어머니의 친척 오빠였고 또 시골에서는 독사에게 물리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또 그런 환자를 완치시킨 경험이 많으신 명의였다.
다행이도 물린 자국이 깊지 않아서 일단은 해독조치와 주사와 링거를 맞고 약까지 처방해서 돌아왔다.
그런데도 독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희미해졌던 오른쪽 눈의 시력이 말끔히 회복되지 않았다.
집에 당도하니 어머니가 야단을 치셨다.
“애가 듣는 데서 독사 탕 먹으면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밥상머리에서 여러 번 당신이 이야기하더니 결국 아들 죽일 뻔 했잖아요?”
“ 어이구 저 애가 감히 독사 잡으려 갈 줄 내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진짜로 애가 죽을 뻔했구만. 여보 미안하게 되었소.”
“그 독사 그냥 삽으로 잘라서 돼지나 줘 버리쇼.”
“이 양반이 실성을 했나? 죽을 뻔해서 잡은 것을 왜 돼지를 줘요? 탕 끓여서 아들한테 줘야지요”
“그리 하시던가?”
최승현이 어머니는 그 독사를 약 탕기에 팔팔 끓여서 승현이 아버지와 아들에게 공평하게 반씩 나눠 주셨다.
병원 약발인지 독사 탕을 먹어서 인지 사고 났던 날부터 사흘 동안 잘 먹고 밤잠을 푹 자고 나니 눈이 반쯤은 회복되었다.
오후에 최승현 어머니가 다니고 계시는 교회 목사님이 심방을 오셨다.
어제 사고 전말을 들으시고 목사님은 붉은 색 성경을 펼치셨다..
바울 사도가 독사에게 물렸으나 전혀 중독되지 않고 멀쩡했던 기적 같은 말씀을 해 주셨다.
“바울이 풍랑에서 구조된 후에 알게 된 것은 그 섬이 바로 멜리데 섬이었다.
비가 오고 날이 차매 원주민들이 동정하여 불을 피워 영접했다.
바울이 나무 한 묶음을 거두어 불에 넣으니 뜨거움으로 말미암아 독사가 나와 그 손을 물고 있었다.
원주민들이 독사가 바울의 손에 매달려 있음을 보고 바다에서는 구조를 받았으나 결국 독사의 독이 온몸에 퍼져서 살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바울은 그 독사를 불에 떨어 버리니 조금도 상함이 없었다.
원주민들은 바울이 손에 독이 퍼져서 붓든지 혹은 갑자기 쓰러져 죽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오래 지켜봐도 그에게 아무 이상이 없음을 보고 말하되 바울을 신이라 했다.
그리고 승현이 머리에 안수 해주시고 “귀한 이 믿음의 가정 또한 귀한 아들 구원해주시고 주를 영접해서 말씀을 증거하는 귀한 청지기 되도록 인도하옵소서. 혹여 저 아들의 몸 속에 독사의 독이 남아있으면 그 잔재를 깨끗하게 제거해 주옵소서. 희미한 오른쪽 눈도 말끔하게 회복시켜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셨다.
아무튼 그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왼쪽 눈을 막고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보니 어제보다는 한결 선명하게 보였다. 오른쪽 시력이 많이 회복된 것이다.
최승현은 그 다음 주일부터 어머니를 따라 교회학교에도 다니게 되었고 그 후 고등학교 때는 다니다 말다 했고 베트남 전쟁터에서는 군목이 대전 출신이라서 주일날 틈이 나면 간이막사 교회에 나갔다.


<다음 제3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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