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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의 단편시리즈] 새옹지우(塞翁之牛), 모녀상봉
시인/발행인 가재모  |  jaemoka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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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6  1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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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 단편소설을 시리즈로 쓰고 있다.

[시인 가재모 이서울포스트 봄날단편] 새옹지우(塞翁之牛), 모녀상봉

시인 가재모의 단편시리즈

6.25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산하에 거국적인 식목, 사방공사, 조림과 육림 정책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서 전세계가 한국의 육림성공사례를 공인했고 삼천리 금수강산의 명맥을 살리게 되었다.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던 강원도, 백두 대간으로 이어지는 태백산을 중심으로 우거진 산림은 남쪽의 지리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기를 정화시키는 청정 허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4일 꽃샘 추위가 누그러지자 예년의 봄 기온을 금방 회복했다.

저녁 해가 서산에 기울고 미세 먼지도 그날 따라 불어 닥친 강풍 탓에 말끔히 걷혀서 모처럼 저녁 노을이 저녁 하늘에 환상적인 수를 놓았다.

박우호 할아버지, 내년이면 7십고개로 넘어 가는 소위 아홉 고개를 앞두고 있어서 박 영감으로 불려지고 있었다.

작년부터 거울을 보기가 무섭게 머리가 반백으로 변했고 고된 농사일에 찌들어서인지 양 눈가에는 주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박 영감은 젊었을 때부터 속초 도심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읍 단위 마을에서 태어나서 토박이로 새마을 운동지도자와 마을 이장을 지내면서 부지런한 농부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날 따라 등이 굽은 자기 부인이 일찍 저녁상을 차려와서 7시전에 밥상을 물렸다.

그런데 오후 7시 반경 갑자기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지방 TV자막에 긴급 속보가 전해졌다.

속초는 바로 산불 발화 지점인 고성군 토성면과 인접한 지역이다.

조금 있으니 그 산불은 그날 최대 풍속 초당 26미터의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에 휩쓸려 30여분만에 속초시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엄습해 오고 있었다.

박 영감은 먼산으로 번져가는 화마의 무서운 기세를 감지하고 이웃과 친척들에게 급히 휴대폰으로 귀중품 챙겨서 대피 준비하고 호스로 가옥, 목재 부분에 물을 뿌리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읍내로 시집가서 직장에 다니는 딸에게 전화해서 작년에 분양해 시집부모에게 맡겨 키우는 외양간 소의 고삐를 풀어 주라고 일렀다.

그리고 자신도 묶어놓고 키우는 토종 개 두마리를 풀어주고 외양간에 있는 송아지가 딸린 어미 소, 토박이의 고삐를 풀어줬다.

솟아오르는 불길과 삽시간에 무섭게 번져가는 화마의 기세, 비상 출동한 소방차량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 의용소방대 긴급 출동 독려 방송, 목재 등 가연성 자재에 물 뿌리기 등 화재 대비와 긴급대피 확성기 방송으로 온 동네가 엄청나게 소란해졌다.

아비규환의 전쟁터보다 더 가공스럽다.

놀란 동네 개들이 집단으로 지어대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지방 재난방송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수령을 자랑하던 일대의 산림과 소중한 주민들의 살림 터전과 공장이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설사가상으로 11시 반경에는 강능시 옥계면에서 발화되어 가공의 기세로 1시간만에 동해시 망상동까지 번졌다.

박 영감이 사는 동네도 주민들은 모두 집밖으로 나와 불길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며 전전긍긍했다.

앞산으로 불길 솟아오르더니 강풍에 삽시간에 도적같이 동네를 엄습했다. 불길이 번지자 주민들이 합심해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소화기, 펌프,호스를 총동원하고 저수조 물을 퍼날라 진화에 나섰다.

박 영감 집에는 불행 중 다행으로 집의 기둥과 마루 등 목재 부분에 물을 사전에 흠뻑 뿌려 놓았고 초기 진화를 잘 해서 일부 만 조금 타고 외양간 지붕이 반쯤 타버렸고 탄 부분이 내려 앉았다.

TV재난방송에서는 강원도의 공포스러운 산불 현장과 태풍 급의 강풍을 타고 무서운 기세로 번져가는 불길에 맞서서 목숨을 걸고 사투하는 용감한 소방관들의 진화 활동과 피해 상황을 전해줬다.

그토록 빽빽해서 하늘을 가렸던 강원도 수목이며 금년 벼농사 못자리 채비를 하고 있는 주민들의 귀중한 생활터전이 화마에 처참하게 검정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마치 전쟁터에서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참혹하게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박 영감은 엄습했던 불길을 맞아 정신 없이 불을 끄고 잔불까지 다 확인하고 잠시 눈을 붙었다가 일어났다.

우선 딸 집에 전화해서 안부를 물었다.

딸 집은 다행히 화마가 비껴갔지만 시집에는 외양간이 다 타버렸는데 고삐를 풀어준 소가 온데 간데 없다고 했다.

악몽 같았던 끔찍한 산불 화마의 불길이 잡히고 먼동이 서서히 터오고 있었다..

박 영감이 딸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 간밤에 자기가 고삐를 풀어줘서 외양간에서 송아지를 데리고 나갔던 토종이, 어미 소가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서 밖으로 나가봤다.

먼저 묶어 놓았던 끈을 풀어 줬던 토종 개 두 마리가 살아서 돌아 왔다며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 들었다.
그런데 암컷 한마리의 털 감촉이 예전과 달라서 자세히 보니 측은하게도 엉덩이 일부분과 꼬리 부문이 불길을 피하지 못해서 털이 그을렸고 화상이 있는 것 같았다.

박 영감이 급히 발길을 외양간으로 돌려 허리를 굽히고 반쯤 허물어진 외양간의 희미한 안쪽을 유심히 들어다봤다.

박 영감은 처음엔 삼 개월 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두 눈을 의심했다.

희미한 가운데도 천연덕스럽게 송아지에게 젖을 몰리고 있는 어미 소와 그 옆으로 떨어져서 또 한 마리의 중소가 서있는 윤곽이 눈에 들어 왔다.

“이게 웬일이야! 저게 누구네 소가 여기에 와있지”

박 영감은 그 순간 아직도 녹슬지 않은 영감이 번득 번개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안으로 들어가 우선 대견하게 살아서 다시 반파된 자기 외양간으로 송아지를 데리고 와서 젖을 먹이는 어미 소가 너무나 대견하고 고마워 어미 소 목덜미를 끌어 안 안았다.

" 아이고 내새끼들 살아서 돌아왔구나!" 
가벅찬 감격으로 말미암아 박 영감의 두눈에는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그리고 옆에 서있는 중소 앞으로 다가갔다.

박 영감의 촉과 영감은 틀림이 없었다.

첫눈에 자기를 경계하지 않는 중소를 보고 영락없이 작년에 자기 딸 부모에게 출가시킨 송아지가 커서 자기 어미 집으로 찾아 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축협에서 작년 송아지 때 왼쪽 귀에 부착시킨 소 ID 태그를 라이터 불로 확인하니 틀림이 없었다.

이제 송아지에서 중소로 자랐고 어제 밤에 고삐는 풀렸고 화마가 지나가서 돌아가보니 자기 외양간은 불타버린 것을 인지했던 것이다.

그 길로 ‘귀소본능이 작동한 이 중소가 자기 엄마 소의 집, 친정으로 발길을 옮겼던 것이다.

친정 집 인근으로 와서 어미 소를 부르니 어미가 그 소리를 알아 차려서 반갑게 만나 회포를 풀고 자기집으로 출가했던 딸 소를 데리고 온 것이다.

“아이고 귀여운 새끼가 밤에 어찌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지? 참 신통하네”

박 영감은 문득 고사성어인 새옹지마가 떠올랐다.

옛날 북방의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집에서 도망갔다가 몇 일 뒤에 준마 한 마리와 같이 되돌아 왔는데 그 준말을 노인의 아들이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전쟁 징집을 피하게 되어 목숨을 구했다는 고사성어다.

박 영감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서 새옹지마를 설명하고 말만 영특한 것으로 알았는데 오늘 보니 딸 집에 보낸 새끼 소가 말같이 영특하고 산불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난리 판에 어미 소를 찾아가서 모녀간 눈물겹고 신통한 상봉 이야기를 딸과 사돈집 영감한테 전했다.

친정에 온 중소는 사돈집 외양간이 송두리 불에 땄기 때문에 우사를 다시 지을 때까지 어미 곁에서 꿈만 같은 친정살이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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