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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의 단편] 영리한 모성애
시인/발행인 가재모  |  jaemok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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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4  10: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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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모성애

시인 가재모의 단편

금년에는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벚꽃 개화기가 예년에 비하여 대략 일주일쯤 앞당겨질 것으로  기상청이  예견했다.

그런데 정작 때늦은 꽃샘 추위가 연 이틀 몰아 닥치자 터질 것같이 팽만했던 꽃 봉우리가 그만 엉거주춤 개화시기를 점치고 있었다..

박 예순 할머니 금년에 인생 삼모작을 준비한다는  칠십 고개를 막 넘었다.

15년동안 포메라니언인 반려견을 키웠는데 수명이 다하여 작년 어느 봄날 저녁에  임종을 맞게 되었다.

그런데 박 할머니가 포메라니언이 마지막 숨을 거들 때 마치 자기 시어머니가 임종할 때의 장면과 너무나 흡사해서 그때 받은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이 뇌리에 오랫동안 박혀있었다.

당시 숨이 차서 헐덕이고 허연 거품 계속적으로 토해 내면서  뼈를 깎는 고통에  신음을   내뱉다가 슬그머니 숨을 거두는 장면이 너무나 똑 같이서  한 1년간은 애완견을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막내 아들이 미국 뉴욕 지점으로 발령이 나면서 부부가 함께 미국으로 가야 할 형편 때문에  자기 집에서 키우던 새끼 딸린 애완견 어미를 보내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졸지에 애완견 모녀를 떠맡게 되었다.

애완견 어미는 한국 토종개가 아닌 귀티가 나고 지능이 높은 족보 있는 충견이었다.

박 할머니, 봄추위 매서워 봤자 바람 결은 이미 예봉이 꺾인 상태라 모처럼 겨우내 쌓였을 집안 먼지 털어낼 요량으로 대청소를 시작했다.

먼저 대문 밖으로 두툼한 담요를 내다가 먼지를 털기 위해 대문을 반쯤 열어놓았다.

강아지가 갑자기 목줄이 매인 채로 대문을 빠져 나가자 어미 개가  쏜살같이 뒤따라  나가면서 평소 박 할머니와 함께 거닐던  산책길 뚝 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도 호기심이 많았고 장난기가 많은  새끼 강아지가  갑자기 어미 곁을 이탈하여 뚝 방 가장자리를 조심성 없이 걷다가 그만 시멘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로 바닥에 떨어졌다.

어미는 새끼의 비명 소리에 혼비백산되었고 새끼는 바닥에 굴러 떨어지면서 경기를 하는 것같이 제정신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다행이 새끼가 다리를 다지지 않은 것에 안도한 어미는 새끼를 잠시 바라보더니 서슴없이 수로 바닥으로  껑충 뛰어내렸다..

다짜고짜로 어미 개는 새끼의 긴 목줄 끝을 입에 물고 이번에는 반대로  뚝 방 위로  뛰어올랐다.

원래 족보가 있는 견종으로 영리해서 강아지 목줄 끝을 양 이빨로 꼭 물고 시골에서 우물 물을 두레박으로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새끼를 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평소에 무럭무럭 커주는 새끼가 대견해 보였으나 오늘 막상 목줄로  달아 올리려고 하니 예상보다 무거웠고 목이 아파서 버둥대는 바람에 무게가 가중되었다.

어미 개는 마침 뚝 방에 안성맞춤으로 돌 받침대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두 앞발을 지지대로 삼아  마지막까지 새끼를 구해야겠다는 모성애로 엄청나게  힘든 줄다리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힘이 딸려서 강아지 목줄을 놓거나 잠시라도 멈춰서면 밑으로 다시 떨어져 낭패를 당하게 되므로 어미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줄을 끌고 조금씩 조금씩 뒤로 이동했다.

드디어 강아지 검은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강아지도 뚝 방 둔덕에 양다리를 올려놓고 자기도 기어오르는데 안간힘을 보태고 있었다.

병아리가 겨란 껍질을 깨고 나올 때 안에서 병아리가 톡톡 껍질을 두드리면 어미 닭이 부리로 껍질을  깨뜨려 줘야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른바 줄탁동기가 따로 없었다.

이윽고 천신만고 끝에 새끼 강아지가 뚝 방 위로 올라왔고 모녀간에 서로 핥고 부비면서  흡사 남북한간 이산가족 상견 장면처럼 이어졌다.

이때 집에서 대청소를 하던  박 할머니가 문득  개 모녀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연신 어미 개 이름을 불려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대문을 만쯤 열어 논 틈을 타서 모녀가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판단했다.

낭패였다.

박 할머니는 일순 머리가 꼰두서고  눈도 침침해지면서   정신까지 혼미해졌다..

박 할머니는 밖으로 나와 사방을 살펴보며 개 이름을  불렀지만  찾을 수가 없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때  어미가 정신을 차리니 먼데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박 할머니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러자 어미는 새끼 목줄을 다시 물고 산책을 단념하고 집으로 잽싸게 발길을 돌렸다.

먼발치로 어미개가 새끼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자  박 할머니는 달려가서

개 모녀를 부둥켜 안고 어미와 새끼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박 할머니 양 눈에서 반가움의 두 줄기 눈물이 연신 흘러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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