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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산불 한달] 아직도 참혹…그 속에서 움트는 희망
가재모  |  jaemok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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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3  08: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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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지역 산불피해 시설물 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7일 장천마을에서 산불에 소실된 주택을 철거하는 작업을 집을 잃은 한 이재민이 지켜보고 있다.

강원산불 한달] ⑦ 아직도 참혹…그 속에서 움트는 희망

상당수 피해지역 폭격 맞은 듯한 산불 직후 모습 그대로

피해 농민들 농사 준비 분주…희망의 싹 돋아나

(연합뉴스)  "언제쯤 집을 다시 지을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강원산불 한 달을 이틀 앞둔 2일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 산불피해 지역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불에 타 주저앉은 건물이 철거되고 휑하니 정리된 집터를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산불에 집을 잃고 갈 곳이 없어 연수원에서 기거한다는 이 이재민은 "농사일을 하러 다니려면 논밭이 가까운 곳에서 생활해야 해 조립식 주택을 신청했다"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으로의 일들이 까마득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4일 오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에서 발생해 고성과 속초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강릉 옥계에서 발생해 동해시 지역까지 피해를 준 산불이 한 달을 맞았다.

일부에서 복구가 시작되기는 했으나 그날의 상처는 피해지역에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산불피해 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잔해물 철거가 시작된 장천마을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산불에 전소돼 시커먼 모습을 하고 있었던 장천교 인근의 민가 1채는 완전히 철거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며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던 맞은편 유통센터의 철골구조물도 대부분 정리돼 기둥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마을 안쪽의 피해주택들도 대부분 철거돼 집터만 남아 있고 자원봉사들이 사용했던 텐트가 가득했던 마을 입구는 농번기를 맞은 피해 주민들의 영농지원에 나선 농기계 수리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어 찾아간 영랑호 주변은 장천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산불에 주저앉은 20여채가 넘는 별장식 콘도미니엄은 손도 못 댄 채 그대로 남아 있었고 호수 주변 산책에 나선 시민들은 처참한 모습의 건물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속초보다 더 큰 피해를 본 고성지역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7번 국도변의 토성면 용촌1리를 비롯해 용촌 2리와 인흥 1, 2, 3리, 성천리, 원암리는 산불 이후 모습 그대로였다.

비교적 쉽게 철거작업에 들어간 속초시와는 달리 고성군은 향후 예상되는 피해보상에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잔해물 철거 동의에 망설인 건축주들이 많아 전체적인 작업이 늦어졌다.

이에 성천리 지역 주택 일부를 제외하고는 철거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수십 채의 주택이 불에 탄 성천리와 원암리, 인흥 1, 2, 3리, 용촌1, 2리의 마을회관 주변은 폭격을 맞은 것과 같은 산불 직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용촌리 홍화솔 마을 입구에는 산불피해 모습을 촬영하려고 마을에 들어오는 외지인 출입을 막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넘어온 동해 망상동 지역도 곳곳에서 산불피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국내 오토캠핑의 성지로 불리는 망상 오토캠핑리조트로 가까이 갈수록 매캐한 연기 냄새가 점점 코를 자극했다.

신록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봄이지만 푸른 바다와 접한 이곳은 고속도로와 국도, 철도를 한꺼번에 뛰어넘은 산불로 초토화돼 검은색뿐이었다.

뼈대만 남은 건물은 주저앉거나 지붕만 남은 상태로 끔찍했던 산불의 아픈 상흔을 보여주고 있었다.

폐허가 된 건물 주변에서는 산불로 피해를 본 소나무를 잘라 줄기와 가지, 뿌리로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검게 타버린 소나무들은 요란한 기계톱 소리와 함께 쓰러졌고 베어낸 소나무를 쌓아놓은 바닷가는 목재 저장고를 방불케 했다.

봄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올 때마다 쌓아놓은 소나무 더미에서는 송진과 연기 냄새가 섞여 배어 나왔다.

완전히 타 버린 나무에 비교해 상태가 조금 나은 소나무 500여 그루는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불에 덴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영양제와 포도당 주사액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이처럼 산불이 휩쓸고 간 지역은 고성, 속초, 강릉, 동해를 막론하고 모두가 폐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희망의 싹도 돋아나고 있었다.

산불로 소중한 생활을 터전을 잃었지만, 주민들은 낯선 임시 거주지와 농경지를 오가며 농사 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윤재선(74·옥계면 천남리)씨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타버린 창고와 농기계를 치웠고 화마가 삼킨 고추 모종은 농협이 2천 포기를 지원해줬다"며 "씨앗을 뿌릴 때 필요한 파종기도 판매 회사에서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등 여러 곳에서 도와주는 데 힘을 얻고 농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이 워낙 순간에 덮쳐 키우던 개를 잃었던 그는 며칠 전 이웃으로부터 어린 강아지 '검돌이'를 새 식구로 받아들였다.

윤씨는 "집을 잃은 이재민은 보금자리를 다시 마련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기계와 농자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이번 산불을 겪으면서 국민 가슴에 온정과 사랑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됐다. 그런 마음을 실천하기만 하면 산불 시련을 이겨내고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농지원단의 도움으로 논 로터리 작업을 마친 김영식(65·고성군 토성면 인흥리)씨는 "농기계와 볍씨 등이 모두 불에 타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했는데 영농지원단 도움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잔해물 철거작업에 투입된 중장비 기사 권오석(46)씨는 "피해현장을 직접 보니 말문이 막힌다"며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산불에 망상오토캠핑리조트 숙박시설 20채 50실과 부대시설 18채가 전소되고 바닷가 소나무숲 7ha가 불에 탄 피해를 본 동해시의 경우 불에 탄 나무를 정비하는 작업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산불로 바닷가 해송림이 소실됐지만,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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