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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가재모 아침시마당] 추석 고향 가는 길
시인/발행인 가재모  |  jaemoka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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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23  21: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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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시인 가재모

추석 고향 가는 길

시인 가재모

쌀미(米) 글자처럼 88번의 손이 가야 한 톨의 쌀 얻는다.

농사일 어렵지 않은 해가 없다지만 올여름 찜통더위와 가뭄

힘겹게 이겨내고 황금 들녘 일궈낸 농민들의 땀 너무나 귀하다.

천리 길 마다않고 선물 챙겨 떠나는 추석 고향 길

명절 중후군, 며느리들 힘들게 준비해야하는 추석 차례 상

조상님들 공경하고 자손들 화목 다짐하는 다복한 추석 명절이니

높은 음덕 숭상하는 품격 있는 종가집 며느리 철학으로

인구 도시집중화로 동서남북 흩어져 기제에 모이기 힘들어서

추석에 홍동백서로 구색 맞추니 며느리 노동 강요하는 차례상이다.

산더미 같은 명절 음식, 쪼그리고 앉아 지지고 볶다보면

며느리 오금 다리 쥐나고 허리토막 끊어질 듯 아파온다.

 

머나먼 고향 길,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동이 아니다.

고단한 일상, 녹녹치 않은 삶의 무게, 가슴에 맺힌 사설

어릴 때 어머니 앞에서 응석부리듯 툭툭 털어놓으면

인생살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한다며 등 두드려 주시고

형제간 상처내고 우열 가리는 고통의 만남이 아니라

배려와 공감의 언어로 가족이 주는 정서적 위안과 격려가 있고

절벽시대, 의젓한 대학 나와서 취직 못해 주눅 든 막내아들

40이 내일 모레인데 짝 못 찾는 노처녀 막내딸에게

송곳 질문하지 말라며 손사래 치며 말리시는 어머니

못난 자식, 좀 못사는 아들네 늘 안쓰러운 어머니 앞에서

장미꽃 한 다발 준비해 축 처진 막내 손에 쥐어주면 좋으리

 

자빠진 자 일으켜 세우고 우는 형제 눈물 닦아주는 넉넉한 추석

작년에 아버님 앞세우시고 생전에 못해드린 것 한이 된다던 어머니

일 년 새 흰머리 눈에 띄게 늘었고 양 눈가 잔주름 자글자글하다.

서울 아파트로 모셨지만 흙냄새 맡고 살겠다며 내려오신 어머니

가뭄심한 여름에도 고추 가꾸셔서 곱게 빻아 비닐봉지에 담고

참깨 들깨 재래식 틀에 짜 똑같이 소주병에 새지 않게 담고

허리춤에 두른 낡은 오색 주머니 속 꼬깃꼬깃 간직했던 만원짜리

손자 손녀 손에 쥐어주고 바리바리 싸주고도 더 줄 것 찾아보는

평생을 털리고도 후회가 없는 모정, 원금도 이자도 없는 희생금융이다.

“어여 가” 돌아보는 자식들 차 막히기 전에 빨리 길 떠나보내며

동네 어귀 자동차 보일락 말락 할 때까지 두 손 저으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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